의자왕이 거느린 궁녀가 3천명이 아닌 이유

의자왕이 거느린 궁녀는 정말 3천 명이었을까? 의자왕 하면 생각나는 것은 여자입니다. 부여에서 출발하여 땅값 비싼 한강에 뿌리내리고 국가의 터전을 잡았던 백제는 700여 년 동안 찬 란한 문화를 꽃피운 강성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백제 하면 오랜 역사를 떠올리기보다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과 3천 궁녀를 먼저 떠올립니다.

의자왕

의자왕은 백제의 제31대 왕(재위 641~660년)으로 무왕의 맏아 들로 태어나 632년(무왕 33년) 태자로 책봉되었습니다. 의자왕은 어릴 때부터 용감하고 효성이 지극했으며 형제간의 우애도 두터 웠습니다. 왕위에 오른 초기에는 부왕의 업적을 이어받아 국력이 무척 강했습니다. 여제 동맹(麗濟同盟)을 강화하여 고구려와 함께 신라의 당항성을 빼앗았으며, 친히 군대를 거느리고 신라를 공격하여 미후성 등 40여 성을 함락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의자왕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래서 의자왕 평가는 후대의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합니다. 의자왕의 의자는. 우리가 책상이랑 단짝인 그 의자가 아닙니다. 한자로 義慈王 이기 때문입니다. 옳고 자애로운 왕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말년에는 국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660년 나당(羅唐)연합군의 침공을 받게 되었습니다. 계백(階伯) 장군의 황산벌 싸움을 마지막으로 백제의 방어선이 모두 무너져 수도 사비성(지금의 부여)이 나당 연합군에 포위되었고, 결국 백제는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백제가 멸망하던 날 중국의 당나라군을 피해 3천 명의 궁녀가 낙화암 백마강으로 꽃잎처럼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나 당연히 여기고 있는 이 3천 궁녀라는 숫자는 정확할까요? 기록에 따르면 당시 백제 수도 사비의 가구수는 1만 호입니다. 그렇다면 한 호구당 5명씩, 총 5만 명 정도가 사비에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사비성의 면적과 인구수 등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사비성에 3천 궁녀가 있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일단 전체 인구 중에서 궁녀의 비율을 따져 보겠습니다. 전체 인구가 5만 명, 이중 여성이 2만 5천 명이라고 합시다. 2만 5천 명의 여성 중에서 아이와 노인을 뺀 젊은 여성은 1만 5천 명 정도로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 1만 5천 명 중에 궁녀가 3천 명이면 도성에 있는 젊은 여성 중 20%는 궁녀라는 말이 됩니다.

 

현재 부여 시의 인구를 모두 합쳐도 7만 명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니, 3천 명의 궁녀는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 되는 숫자입니다. 또한 유적을 통해 그 당시 궁궐의 규모를 파악해 그 당시 궁궐의 규모를 파악해 보면 그 많은 사람들이 지낼 만한 공간도 없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삼국사기』에도 3천 궁녀에 관한 기록은 없습니다. 다만  『삼국유사』에 궁인들이 떨어져 죽었다는 낙화암의 전설 쪽에 큰 바위가 있다는 기록만 남아있습니다.

 

왕들은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 군주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백제를 패망시킨 의자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의자왕이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방탕한 폭군이었으며, 그의 방탕과 음란이 나라를 망하게 했다고 해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의자왕의 궁녀 숫자도 많이 부풀리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3천이라는 숫자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3천이라는 숫자가 역사상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 명종 때입니다. 학자 민재인(閔齋仁)이 백마강부(白馬江賦)」에서 의자왕의 방탕한 생활을 말하며 궁녀 삼천 즉, 구름처럼 많다(三千如雲)는 표현을 쓴 것이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의자왕 삼천궁녀 낙화암에 대한 오해 입니다.

 

그러니 3천이라는 숫자는 숫자로서의 개념보다 문학적 상징어로 보는 게 옳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3천 궁녀가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계기는 바로 대중가요였습니다. 대중가요 때문이라니, 조금 의외일 것입니다. 일제시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의자왕에 대한 노랫말이 많았는데 이는 패망한 나라에 대한 안타까움이 당시 사람들의 마음에 절절히 와 닿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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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를 대표하는 유명 가수들은 누구나 3천 궁녀를 소재로 노래를 불렀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이때부터 3천 궁녀의 전설은 우리 귀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3천 궁녀는 세월이 흐르면서 문학 작품으로, 또 이렇게 대중가요로 정착되었던 것입니다. 혹시 다른 숨겨진 기록이나 이견이 있으시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비로그인으로 댓글 달기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