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동안 주말과 공휴일만 빼고 체육관을 다니며 꾸준히 하던 운동을 2월 20일부터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웨이트+유산소)
당연하게도 컨디션은 엉망이 됐습니다.
몸은 무거워지고 체력은 떨어지는 느낌이 너무 싫습니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체력저하로 인한 컨디션 난조 때문이었는데 4개월 가까이 그걸 못하니 몸이 괜찮을리가 없습니다.
먹는 양은 별 차이 없는데 소모되는 칼로리는 적으니 몸에서 좋아할리도 없습니다.
그런 하소연의 글을 클량에 올린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자기는 그래서 새벽에 달린답니다.
사람이 없을 시간이니 꽤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그 시간에 일어나서 달릴 자신이 없습니다.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갑니다.
하지만 이대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토요일 새벽에 한 번 달려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당일 5시가 되니 저절로 눈이 떠집니다.
근데 일어나자마자 바로 달리면 몸에 무리가 올거라는 스스로의 주문에 이불속에서 뒤척입니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3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꾸역꾸역 일어나서 런닝복으로 갈아입고 귀에 에어팟을 끼고 손목에는 애플 워치를 차고 무릎이 안 좋으니 무릎 보호대도 차고 땀 닦을 손수건도 챙기고 런닝화를 신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합니다.
혹시 몰라 마스크 하나를 챙깁니다.
주머니에 넣어도 부피가 작고 가볍기 때문에 거추장스럽지 않습니다.
5시 40분쯤 집을 나섭니다.
이른 시간이라 동네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경기도 남부쪽에 공장 많은 면단위 지역입니다.
집들 사이를 빠져나와서 산책로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제법 보입니다.
마스크 없이 달리긴 글렀다 생각하고 마스크를 씁니다.
가볍게 몸을 풀고 워치에 달리기 앱을 실행하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몇 걸음 달리지도 않았는데 갑갑함이 확 덮쳐옵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렸을 때 느껴지는 가쁜 호흡이 너무나 불편하게 다가옵니다.
이거 제대로 달리긴 글렀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나왔으니 달립니다.
오랫만에 달리니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무릎도 안 좋으니 가장 약한 강도로 달립니다.
호흡이 금방 가빠지니 안경에도 불편할 정도로 김이 서리기 시작합니다.
안경을 벗고 주머니에 넣어버립니다.
시야가 좀 답답하지만 김이 서린 안경끼고 있는 것 보단 낫습니다.
살짝 마스크를 들어서 호흡을 해봅니다.
속이 뻥 뚫리는 듯 후련한 숨이 쉬어집니다.
맛만 보고 바로 내려놓습니다.
들이마시는 호흡은 깊은 느낌으로, 내뱉는 호흡은 짧게 짧게 하는 느낌으로 리듬을 조절합니다.
10여 분 정도를 달리니 호흡도 제법 안정됐습니다.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싶은 답답함은 사라졌습니다.
이젠 호흡이 문제가 아니라 땀이 괴롭힙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은 손수건으로 닦으면 되지만 콧잔등에서 흐르는 땀은 닦을 수가 없습니다.
마스크 안이 땀과 열기로 점점 축축해져갑니다.
그냥 무시하고 달립니다.
콧잔등을 타고 입술 주위로 흐르는 땀이 간지럽힙니다.
입으로 후후 불어보지만 소용없습니다.
숨만 제대로 쉬어지면 그런 게 뭐 대수인가 싶습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달리는 사람은 저 하나 뿐입니다.
야외라고 생각해선인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제법 보입니다.
산책로 특성상 가까이에서 빈번하게 사람들을 마주쳐야 하는데 뭔가 야속한 마음이 듭니다.
달리기 막바지에 접어드니 마스크는 물에서 건진 듯 축축히 젖어있습니다.
호흡은 완전히 적응이 됐습니다.
그렇게 40분 동안 6km 조금 넘게 달렸습니다.
달리고 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몸을 물 속에 담궈서 막 행군듯한 느낌입니다.
마스크를 쓰고도 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에도 달렸습니다.
평일에는 저녁에 달리고 주말에는 아침에 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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