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 2천원이지만 "효과 있다"
"어! 저기 반짝인다."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국민대 캠퍼스의 학생 종합복지관 내 샤워실. 동영상 촬영 모드를 켠 휴대전화 앵글을 화장지가 담긴 종이상자에 들이대고 플래시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작은 불빛이 반짝였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던 종이상자 속 불법촬영용 카메라가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휴대전화 뒷면에 붙인 가로 5.4㎝, 세로 8.6㎝의 붉은색 셀로판지 덕분이었다. 휴대전화가 쏘는 플래시 불빛을 불법촬영용 카메라 렌즈가 반사하는 것을 이 붉은색 셀로판지가 잡아내 보여주는 원리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달 초부터 고려대, 국민대, 성신여대, 한성대 등 대학과 대학병원, 주요 지하철역, 상가 등 150곳에 이같은 불법카메라 간이점검카드를 비치해 시범운용에 들어갔다.
이날 취재진 앞에서 불법카메라 탐지 시연에 나선 경찰관은 "적외선 감지 방식과 유사하다"고 했다.
특수 제작된 셀로판지의 가격은 2천원가량. 비싼 제품은 아니지만 시중에 나도는 불법카메라는 대부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화장실·탈의실 등에서 불법카메라를 이용한 '도촬'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 개그맨이 방송사 여자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발각돼 공분을 산 일도 있다.
지난해 서울시와 나무여성인권상담소가 시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여성의 80%, 남성의 57%가 불법촬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감이 높은 장소는 숙박업소(43%), 공중화장실(36%), 수영장이나 목욕탕(9%)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카메라는 상시적 점검이 쉽지 않고 탐지 장비도 고가라 간이카드를 비치하는 방법을 고안했다"며 "처벌 경고문도 함께 붙여 범죄 충동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이카드를 써본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송다미 국민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 호응이 좋은 편"이라며 "의외로 남학우들도 불안감이 많이 해소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8월까지 시범운용을 하면서 효과를 판단해볼 것"이라며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취약한 곳을 찾아 경찰력을 집중 투입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진단하는 인력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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