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식채널

천국 봤다는 임사체험, 마취제효과와 똑같다는 체험기...

by 챌린지트로피 2019. 5. 19.
반응형

임종 자리에서는 말을 조심하라고들 한다. 혼수상태지만 다 듣고 있다는 거다. 게다가 어떤 사람은 죽는 순간, 빛나는 터널을 지나 죽은 가족을 만난다고 한다. 정말일까. 
  

유체이탈, 밝은 빛 터널 통과 …임사체험 유발 물질 추적하니 행복호르몬 자극 마취제가 주범

극심한 고통에 대한 방어책으로 뇌는 죽는 상황서 환각물질 생성

집착 끊어내는 깊은 명상하면 죽음 직전과 똑같은 뇌파 나와

영화 ‘신과 함께(2018, 한국)’ 첫 장면에서 사망한 소방관은 공중에 떠서 죽은 자신의 몸을 내려 본다. 영혼이 육체를 떠난다는 소위 유체이탈(遺體離脫)이다. 죽은 영혼이 남은 가족을 바라보는 애처로움이 절절한 영화는 아카데미 수상작 ‘사랑과 영혼(1990, 미국)’이다. 죽은 자신을 공중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은 어리둥절해 한다. 그리고는 이게 혼이라는 걸 깨닫는다. 
  
죽은 후 우리는 혼이 되어 천국으로 갈까. 그 과정이 영화처럼 평화롭다면 죽는 게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천국에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있다. 죽었다 살아온 소위 임사체험(臨死體驗)자들이다. 믿거나 말거나 그들만의 이야기일까. 하지만 놀라운 건 모두 같은 종류의 경험(유체이탈, 어둠 속 평화, 밝은 빛 터널 통과, 구름 속 천국, 가족 재회)을 한다는 거다.   
  
과학자들이 그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과학자 중에는 본인이 ‘직접, 제대로’ 죽어 본 사람이 있다. 하버드 의대 신경외과 교수 이븐 알렉산더다. 두뇌전문가다. 그가 7일간 죽었던 이야기를 쓴 책이 2013년 뉴스위크 표지를 장식했다. 2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였다. 제목이 사뭇 자극적이다. 『Proof of Heaven』, 즉 천국을 직접 다녀왔다는 거다. 정말일까. 
  
  
7일간 뇌 완전히 죽었는지가 중요 
  
2008년 11월 10일 새벽 4시 30분, 알렉산더 교수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는 이미 혼수상태였다. 급성 뇌수막염, 즉 두뇌 전체가 고름에 잠겨 사망 직전이었다. 동료 의료진의 필사적 노력으로 혼수상태 1주일을 버텼다. 주위에선 장례 준비를 하던 그때 그가 돌연히 깨어났다. 거의 죽어 있던 상황에서 경험한 일을 상세하게 기억해 냈다. 결론은 천국에 다녀왔다는 거다. 
  
누가 임사체험을 했다면 웃고 말았던 그다. 두뇌가 만든 환상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경험해 본 천국은 더는 환상이 아니었다. 두뇌 환상이 아닌 ‘진짜’임을 하나하나 과학적으로 집어냈다. 두뇌전문가들은 “천국이다, 환상이다” 하며 설전을 벌였다. 
  
임사체험, 즉 죽음을 맛보는 대표적 경우는 심장마비 후 심폐소생술로 살아난 경우다. 심장마비로 혈액 공급이 중단된다. 즉시 두뇌 산소가 떨어지고 의식이 없어진다. 30초 후 두뇌활동(뇌파)이 완전히 사라진다. 외부 자극에 반응이 없고 눈동자는 열려 있다. 외견상 사망이다. 그대로 놔두면 완전 사망이다. 하지만 5분 이내에 심폐소생술로 심장을 다시 살리면 뇌세포는 살아난다. 다시 살아난 사람 중 9%는 그동안 겪었던 이상한 현상(임사체험)들을 이야기한다. 심장마비 후 5분간 두뇌는 완전 먹통이다. 만약 영혼이 두뇌에서 만들어지는 ‘무엇’이라면 두뇌가 정지했으니 영혼도 없다. 아무 경험도 못 한다. 이때 뭔가 경험했다는 건 영혼은 육체와 따로 있고 죽으면 영혼이 빠져나와 사후 세계로 간다는 주장이다. 
  
하버드 의사의 천국 경험 진위공방 핵심은 7일간 뇌가 완전히 죽었는가 여부다. “고름 가득한 두뇌는 완전 먹통이다. 무슨 일도 못 한다. 따로 있던 영혼이 천국에 간 거다”라고 죽어 본 하버드 의사는 주장한다. 반대파 의사는 “두뇌 일부는 살아 있었다. 헝클어진 두뇌 회로가 ‘리셋’ 과정에서 발생한 환상일 뿐이다”라고 반박한다. 병원 의료기록만으로는 두뇌활동 여부가 분명치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과학자들이 임사체험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의무기록이 확실한 응급실 심장마비 사고가 과학적 조사 대상이다. 
  
2012년 각국 의사, 심리학자 33명이 2060건의 심장마비 사고를 조사했다. 이 중 95%는 사망했다. 심폐소생술로 살아난 101명 중 9명(9%)이 임사체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개인 경험은 검증이 어렵다. 유체이탈은 검증이 가능하다. 영혼이 몸을 떠나 응급실 천장으로 갈 경우에만 보이는 그림을 응급실 천장 중간에 미리 매달아 놨다. 하지만 멍석 깔면 하던 일도 안 한다. 연구 기간 동안 유체이탈을 경험했다는 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2단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확실한 객관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까. 그런데 실제로 죽기 직전까지 가야만 임사체험을 할 수 있을까. 
  
죽음 트라우마를 견디려는 두뇌 반사작용이 임사체험이다. “건너편 군용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내 차로 돌진했다.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릴 적 모든 일이 차르륵 고속 필름으로 눈앞을 지나갔다. 이후 충돌, 정신을 잃었다.” 고(故) 최인호 작가가 큰 교통사고를 당할 당시 기억이다. 암벽에서 떨어지는 등반가도 그 순간에 ‘평생 사건들’을 보게 된다. 즉 실제 죽는 게 아니어도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들면 두뇌가 비정상행동(기억 재생·터널 경험·유체이탈·천국 경험)을 한다는 거다. 왜일까. 
  
임사체험엔 3가지 가설이 있다. 사후세계와 영혼이 있다는 ‘사후세계설’, 죽음에 임박하여 스스로 천국 이미지를 만든다는 ‘기대심리설’, 죽음 단계에서 두뇌 내부에 변화가 생긴다는 ‘두뇌변화설’이 있다. 두뇌변화설이 과학검증 대상이다. 
  
2019년 벨기에 연구진은 지금까지 보고된 1만5000건의 임사체험과 가장 유사한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들을 추적했다. 650개 물질 중 주범으로 떠오른 것은 의료용 마취제(DMT)다. 이놈은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자극한다. 2018년 영국 임페리얼대학 연구진은 13명에게 이 환각물질을 ‘무언지 모르게’ 주사했다. 어땠냐는 질문에 모두들 ‘천국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왜 두뇌는 죽는 상황에서 환각물질을 만들어 낼까. 동물 진화론자는 트라우마, 즉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두뇌 ‘고장’을 막기 위한 ‘방어책’이라고 한다. 죽음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두뇌가 알아서 도와준다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천국을 달리 경험할 수는 없을까. 과학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2018년 영국 더비대학은 죽음 직전 생성되는 뇌파가 깊은 명상에서도 나온다고 밝혔다. 3년간 12명의 불교 명상가 대상 연구다. 불교 명상은 집착(재물·명예·아집)을 끊는 수련이다. 죽음이 이런 집착을 끊기 때문에 깊은 명상은 죽음 단계를 체험한다는 거다. 명상으로 천국을 갔다 오고 인생을 달관할 수 있다면 괜찮은 방법 아닐까. 죽다 살아나면 사람이 달라진다. 하물며 죽다가 천국을 본 임사체험자 79%는 이후 삶의 방식이 완전히 바뀐다.   
  
지금 이곳이 천국이라 생각하고 살아야 
  
의사인 경우 더 드라마틱하다. 자신이 근무하던 응급실에서 혼수상태로 며칠간 죽은 경험을 한 의사(라나 애디쉬, 영국)는 ‘뉴잉글랜드 의학잡지’에서 동료 의료진에게 한마디 했다. “내가 거의 죽은 환자가 되어보니 의료진은 반성해야겠더라. 무성의하고, 서로 손발이 안 맞고, 나를 아예 시체 취급한다. 나는 다 듣고 있었다. 병원 동료 의사였는데도 이러하니 다른 환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 병원은 환자소통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 
  
뇌는 죽음 고통에 대응하는 환각물질을 만든다. 이게 지금까지 과학이 추정하는 임사체험이다. 하지만 이것도 불확실하다. 왜냐면 완전히 죽은 상태가 아닌 거의 죽은 단계에서 경험일 뿐이다. 따라서 천국이 있는지 어떤지는 모른다. 다만 천국이 있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실제로 미국인 75%는 천국이 있다고 믿는다. 
  
『지상의 천국들(Heavens on Earth)』(2018, 미국) 저자 마이클 셔머는 말한다. “하늘 천국 여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지상 천국은 분명히 있다.” 그의 말처럼 지금 이곳이 천국이라 생각하고 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