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덱을 사서 이제 며칠 정도 사용해보았습니다. 정말 혼신을 담은 스팀 덱 사용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플스 5, 엑박 시리즈 X, S , PC스팀 유저입니다, 그럼 왜 스팀 덱까지 필요하냐? 에 대한 궁금증도 있으실 건데요. 아시다시피 플스 5는 고정형 거치형입니다. 각 잡고 게임을 할 때만 할 수 있지요.
엑스박스 시리즈X,와 S 또한 플스 5처럼 거치형입니다. 클라우드가 된다고 해도 일단 기계가 필요하지요. 기계 없이 2022년 삼성 스마트 TV나, 휴대폰, 맥북, 윈도 노트북 등에서도 가능 하지만 아직은 몇 년 정도 기다려서 5G가 활성화되어야만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지금도 엑스박스 클라우드는 매우 훌륭하고 패드 딜레이는 없다시피 하지만 해상도 면에서 상당히 아쉬운 면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 스팀덱이 왜 필요하냐? 플스 5, 엑스박스, PC스팀은 일단 각 잡고 앉아서 게임을 즐겨야 하는데, 스팀 덱은 스마트폰처럼 누워서 조금씩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극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답니다.
처음 구매했을때 생각했던 것과 조금은 다른 부분도 있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단 그러면 스팀 덱의 불편한 부분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스팀 덱 불편한 점
- 스팀 덱의 OS는 리눅스 입니다. 리눅스를 잘 사용하시는분들은 모르겠지만, 잘 모르시는분들은 삽질이 조금 있을 수 있습니다.
1. 불편한 점들
불편한 점들의 대부분은 스팀덱의 OS가 리눅스라는 데서 오는 부분입니다. 리눅스 사용이 원활하신 분들은 아마 큰 불편 없이 사용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리눅스 사용이 처음이다 보니 이런저런 삽질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하지만 스팀 정품 게임만 돌리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환상적인 게임기입니다.
웹브라우저, 영상 플레이어 등등 다른 기능은 전혀 없이 딱 스팀 게임 혹은 커뮤니티, 상점 접속 정도만 가능하고 그 외에 기능을 쓰기 위에서는 반드시 데스크톱 모드로 가서 프로그램을 깔고 스팀에서 비스팀 게임으로 등록을 해줘야 게임 모드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덕분에 유튜브 하나 보려면 데스크탑 모드로 이동-> 브라우저 설치-> 스팀에서 비 스팀 게임 등록-> 게임 모드로 복귀-> 브라우저 실행 등을 거쳐야 하는데, 말은 간단해 보여도 처음에는 좀 귀찮습니다. 유튜브는 스마트폰으로 감상해주세요ㅎ
그리고 다른 회사 게임들 (에픽, 블리자드 등) 도 설치는 가능한데, 리눅스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설치가 꽤나 불편합니다ㅜㅜ 특히 곧 나올 디아블로 4를 스팀으로 돌리실 생각이신 분들이 많을 건데요. 디아블로 4는 차라리 엑스박스의 클라우드로 출시되면 그때 스마트폰으로 하세요~
그리고, 설치 파일(에픽 런처나 배틀넷 런처 등)을 데스크톱 모드 부팅 후 윈도 용으로 받아서 비 스팀 게임 등록(이 때 속성에서 프로톤 선택을 꼭 해줘야 설치가 됩니다.)->설치->설치 후 런처 실행 파일을 다시 비스팀 게임으로 등록(마찬가지로 프로톤 세팅)->게임 모드 복귀 후 실행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니 매우 복잡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설치해도 안티 치트가 필수인 게임들 중 프로톤으로 지원이 불가한 게임들은 실행이 안됩니다.
(저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부트작을 해보려고 했는데, 싱글 플레이조차 실행이 안돼서 결국 환불 요청했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스팀 덱에 윈도를 설치하면 간단히 해결 됩니다만, 윈도우를 설치할 경우 스팀 덱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TDP조절이나 기타 등등 기능들이 대부분 지원되지 않습니다. 그냥 딱 필수 드라이버만 있고 나머지는 없어서 안정적이지도 않고요.
최대의 문제점은 제가 방법을 못 찾은 걸 수도 있지만 스팀 OS를 그대로 두고 윈도를 설치할 경우 재부팅하면 윈도로 자동 진입이 안되고 매번 전원 버튼 + 음량+버튼으로 부팅 설정을 해줘야 해서 매우 불편했습니다.
리눅스도 애매한 게 데스크톱 모드의 경우 100% 한글로 뜨지도 않고 일부 부분은 영문으로 계속 뜨며, 키보드도 기본적으로는 한글이 없는데, 리눅스를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매뉴얼 없이 이걸 찾아서 깐다는 게 쉽지 않아 보이더군요.
NAS 연결하는 것 하나만 해도 윈도나 맥은 그냥 자동적으로 뜨거나 IP만 입력하면 되지만 리눅스는 커널 띄워서 명령어 넣고 뭐 하고 하는 게 매우 복잡하고 불편합니다.
더불어 스팀 덱은 왠지 모르지만 막혀 있어서 fstab인가 이게 안됩니다. 덕분에 재부팅하면 매번 커널에서 NAS 접속을 다시 해줘야 합니다......
여기 분들은 리눅스에 익숙하신 분들도 꽤 계시겠지만 개발직이 아닌 이상 리눅스에 익숙한 경우가 드물어서 OS의 사용성이 큰 장벽이 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소소한 버그(라기엔 좀 치명적일 수 도 있는데,)로 저는 에지를 깔아서 쓰는데 게임 모드에서 엣지를 켜면 한글, 영어 키보드 입력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키보드는 뜨는데 터치를 하려면 11 22 같이 뭘 눌러도 1, 2만 나오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쩔 때는 잘 되는데, 이런 경우가 드물어서 키보드는 거의 쓰기 힘들어 보이더군요. 데스크톱 모드에서는 잘 됩니다...ㅠㅠ
결론적으로 그냥 스팀 게임만 돌린다! 하시는 분들은 별 불만이 없으실 것 같고, 나는 스팀 게임 말고 다른 게임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음악도 듣고 할 거다!라고 하시면 상당히 귀찮을 세팅들을 해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스팀 덱 좋은 점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돌린다라는 본연의 목적은 제가 아야 네오와 스팀덱 2종류 밖에 써보지 않았지만 정말 최고입니다.
- 괜찮은 하드웨어
기본적으로 스틱 조작감이나 감도, 버튼부의 텐션 등등 모두 수준급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팀 덱 조작부는 적어도 360 패드 급 이상 거의 엑원 패드급은 되지 않나 생각이 되네요. 스틱 사이즈도 커서 세밀한 조작을 하기도 꽤 괜찮았습니다.
발열은 꽤 있는 편이지만, 그립 부분에 발열이 전달되는 경우는 없고, 뒤판을 만져봐야 뜨뜻하긴 합니다. 팬 소음도 있긴 하지만 스팀덱 기본 스피커로 30% 정도만 되면 게임 소리 때문에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조용한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팬 소음 때문에 게임을 못하겠다 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배터리도 개인적으로는 큰 불만이 없는데, 어차피 고사양 싱글 플레이 게임들을 2시간 이상 돌릴 수 있는 게이밍 기기라는 건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되기 때문에 (게이밍 노트북들도 배터리만으로 2~3시간 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물론 스팀 덱만큼 옵션을 낮추면 오래가긴 하겠습니다만 최소 14인치급 이상 되는 기기들과 비교해 보면 스팀 덱의 배터리가 유독 짧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큰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장시간 이동 중 사용 (기차 혹은 비행기를 탄다거나 고속버스를 탄다거나) 할 때는 외장 배터리를 사용하면 절충이 되기 때문에 배터리 자체는 큰 문제없어 보이더군요.
화면도 해상도는 낮지만 꽤나 깔끔하고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고, 색감이나 밝기도 괜찮은 편입니다.
다만..... 터치감은 정말 최악이라 10년 전 감압식 노트북보다 떨어지는 인식도를 보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터치 인식은 그냥 없다고 생각하시는 게 편할 겁니다.
- 나름 쓸만한 소프트웨어 (게임 모드 기준)
초기 버전은 소프트웨어 때문에 상당히 말이 많았던 거로 아는데요,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쓰기 딱히 문제 되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더불어 게임 지원은 정말 괜찮았는데요, 그 사이 몇몇 게임들을 추가해서 깔아봤는데, 대체로 다 잘 돌아갑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마스터 버전, 디아블로 2 레저렉션, 에뮬로 PS3 용 릿지 레이서를 돌려봤는데, 셋 다 60 프레임으로 잘 돌아갑니다.
옵션은 기본적으로 뜨는 걸로 쓰거나 했지만 디아블로는 글자크기 크게 옵션은 켜고 했네요. TDP은 12W 제한으로 해놨는데, 이 정도면 전력 대비 매우 잘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프로톤이라는 걸 스팀 덱 덕분에 처음 알고 써보는데, 적어도 게임에 있어서 호환성은 충분히 괜찮아 보였습니다.
다만 설치된 게임의 위치를 변경할 경우 (내장 드라이브에서 SD카드로 이동 혹은 반대의 경우) 프로그래스 바에서 표시가 제대로 안 되는 것도 한 번에 여러 개의 게임을 이동하도록 설정하는 게 없어서 그건 좀 불편했네요.
결론
게임 (특히 스팀 게임)을 돌리는 게 목적이신 분들에게는 프리미엄 붙여서 산다고 해도 이 가격에 이 정도 성능을 내는 제품은 아마 스팀 덱이 유일할 것 같습니다.
스팀 덱보다 우위를 점할 만한 제품은 6800U를 탑재한 GPD Win Max 2와 AOKZOE A1 정도인데, 두 기기 모두 $1,000가 넘는 기기들이고 Win Max 2는 10인치 대라 휴대성도 더 떨어집니다. AOKZOE는 아직 펀딩 중이고요.
성능만 놓고 보자면 게이밍 노트북들이 가성비가 더 좋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외부에서 사용이 힘들고, 싱글 플레이 게임들의 경우 패드로 하는 게임들이 많은데 일일이 패드를 챙겨 다니는 것도 귀찮고요.
아쉬운 점들도 분명히 있긴 하지만 그래도 슬링백 정도에 대충 쓱 넣어서 들고 다니다가 지하철에 앉아서, 카페 같은 데서 잠깐씩 하기에는 스팀 덱이 제일 편한 것 같고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윈도가 완벽하게 지원되는 날이 오면 아마 활용도는 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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