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겪었던 화장품 공장 알바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모든 게 헬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처음에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첫날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일단은 처음부터 천천히 이야기해보겠다.
처음 출근해서 근로계약서를 쓰고 있는데, 작업반장이라는 사람이 다짜고짜 반말로 "잔업은 하지?"라고 묻더라. 아니,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본 사람한테 반말부터 날리는 게 좀 이상했지만, 그때는 얼떨결에 “네”라고 해버렸다. 뭔가 기분이 묘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점심시간쯤, 또 그 작업반장이 “하루 해보고 안 맞으면 문자 줘”라고 하는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요즘 같은 세상에 하루 만에 그만두는 알바라니, 그때부터 조금 의아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이미 헬알바라는 걸 암시하고 있었던 거다. 진짜 지나고 나서야 모든 게 이해된다니까. 내가 맡은 일은 화장품 뚜껑과 용기를 조립하는 단순 작업이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 물량 조절이 진짜 개판이었다. 뚜껑만 잔뜩 쏟아지거나, 용기만 산더미처럼 쌓이는 일이 반복됐다. 아니, 기본적으로 1:1 비율은 맞춰줘야 조립을 하든 뭘 하든 하지 않나? 그런데 벨트에서 뭔가 내려놓으면 왜 내려놨냐고 뭐라고 하고, 그냥 놔두면 쓸려나간다고 또 지랄이었다.
정말 미치겠더라. 나중엔 그냥 대충 하라는 대로 했는데, 그때마다 이래도 뭐라고, 저래도 뭐라고. 솔직히 이건 내가 어떻게 해도 답이 없는 구조였다. 작업반장은 말 그대로 동네 잔소리꾼처럼 공장 안을 돌아다니며 온갖 지적을 하고 다녔다.
문제는 그 잔소리 때문에 물량이 더 엉키는데, 그걸 또 우리 탓으로 돌리는 거였다. 거기다 정직원 몇몇은 그 작업반장 편을 들면서 같이 나를 몰아붙이는데, 진짜 공장 텃세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어쩌면 정직원이 된다는 건 저렇게 되라는 건가 싶을 정도로 한심했지만, 그 환경에서 오래 버텼다는 게 대단하긴 했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첫날인데도 나한테 “이것도 몰라?”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창고가 어딘지, 뭘 가져와야 하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도 그걸 비난하고 비웃는 태도에 진짜 어이가 없었다. 거기다 나중엔 라인이 마비됐다고 내 탓을 하는데, 그건 내가 아니라 밑 라인에서 문제가 생긴 거였다.
이래서 알바는 일을 못 한다느니, 네 머리로 일이나 제대로 하겠냐느니 온갖 험한 말을 퍼부었다. 정말이지 화가 치밀었지만, 내가 대학을 잘 갔다는 걸 들먹이며 "공부 잘했는데요"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또 “그래서 어느 대학 갔는데?” 하고 비꼬길래, 내가 딱 대학 이름을 말했더니 갑분싸가 됐다. 그 순간은 정말 통쾌했다. 그 뒤로는 작업반장 2가 나타나서 나한테 쉬운 일을 시키겠다고 데려갔는데,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다.
근데 이 공장은 일보다도 사람들이 더 문제였다. 50대쯤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어린 알바 뒷담화를 그렇게 열심히 할 줄은 몰랐다. 진짜 그 나이 먹고 그렇게 남을 험담하는 게 인생의 낙인 건가?
그중에는 내 이야기도 있었는데, “좋은 대학 갔다고 유세 떤다”라거나 “왜 저런 애를 데려갔냐” 같은 말을 들으면서 어이가 없었다. 진짜 한순간 그만둘까 했지만, 일단 하루는 버티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팀장한테 “다음 주부터 못 나갑니다”라고 문자했다. 이 경험을 하고 나서 진짜 많은 걸 깨달았다. 나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우리나라 산업을 지탱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처우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믿었는데, 이 일을 하고 나니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인식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고, 어느 정도는 스스로 만들어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화장품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진짜 독하거나, 아니면 돈으로 인내심을 산 사람들일 거다. 이제는 공장 알바는 다시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이 경험 하나는 나쁘지 않았다.
정말 험한 데를 거쳐보니,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이건 할 만하네”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이런 경험도 나름 인생의 자산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다시는 이런 데는 안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