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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리뷰

코나 EV 1만km 운행기, 평가

by 챌린지트로피 2019.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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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계기판 트립 컴퓨터는 저라면 매일 쓰지 못 할 일기마냥 주행 기록을 차곡 차곡 기록해두었고

어느덧 그 숫자는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처럼, 다섯자리가 넘어버렸습니다. 내 키가 이만큼 컸다고. 고맙고 기특할 따름입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나고,  모기와 더위가 찾아오고서야 그동안 함께 잘 달려준 코나를 위해 글을 써봅니다.

발단은 지난 11월 이후 왕복 80km 거리를 출퇴근하게 된 날로 거슬러 올라가네요.

약 10여년간 직장과 집이 백여걸음 이상 떨어저 본 적 없는 슬픈 짐승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누구나 때가 있는것인지. 그렇게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고나서야 머리라는 녀석이 열심히 일 하는 척을 하더군요.

다행히, 출퇴근길 모두 대중교통이 있어 버스로 1시간+도보 30분 정도 해서 도합 3시간 정도 예상되었지만

아침에 두 시간을 더 일찍 일어나야했고, 아내 얼굴보다 KBS 9시 뉴스 앵커 얼굴을 더 자주보게 될거 같은 상황에 아무래도 이건 아닌것 같다 하며 다른 옵션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매우 사랑합니다...)

 

무튼, 차를 사기로 마음 먹은 순간, 내면에선 시속 180km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네. '기왕이면' 이라는 악셀과 '지름신' 이라는 가변배기가 마음을 드릉드릉하게 합니다. 저는 맹세코, 이보다 더 빠른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침 여섯시. 모닝을 사겠다는 제 마음은 아침식사간 아반떼로 바뀌어 있었고, 아반떼를 사겠다는 제 말에 직장 선배는 기왕이면 중형차는 사야하지 않겠냐며 합니다. 그래서 소나타를 살까 흔들릴 무렵, 점심 식사를 하러 식당을 가니 이번 그랜져가 그렇게 잘 나왔다며 마음을 흔들어놓고 퇴근무렵엔 요즘 G70프로모션이 좋다며 조금만 더 보태면 된다 하니 저는 이미 제네시스 오너가 되어있었더군요. 그러다 길다가 슝 지나가는 520D를 보고, 중고차를 검색해보고, 기왕이면 바이에른 푸른 딱지를 달고다니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모든게 단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라니!

 

이렇게 하루에도 몇번씩 멋지고 훌륭한 자동차들에 대한 마음이 피었다가 저물었습니다. 아무도 몰래 벤츠 오너가 되었다가 나 홀로 이별한 날도 있었고, 그냥 버스나 타고다닐까 하는 현자타임 또한 존재했습니다.

 

어느날 아내가 잠든 사이, 나 홀로 깨어있는 깊은 밤. 코나와의 첫 조우는 사실 별 볼일 없었지요.

만약 사파리 창을 닫아버렸다면, 아침에 맨 정신으로 코나를 못 봤을테고, 지금 제 옆에 있는 차는 다른 녀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무튼 다음날 아침 전기차라는 신대륙을 접하고 나서, 콜럼버스마냥 들떠 그날 바로 계약까지 해버리게 됩니다.

콜럼버스가 서인도 제도를 발견하고 그랬던가요. 유레카!!! 아마도 미국말이니까 맞을겁니다.

 

코나를 처음 인수받던날, 그리고 처음으로 운전대에 앉아 핸들을 잡아본 날이기도 했습니다.

와 이게 진짜 내차라니! 멋지다! 새차냄새 킁킁 아우 어지러워! 비닐은 언제 뜯는거지? 좀 추운데 히터는 어떻게 켜는걸까.

아 일단 매뉴얼부터 읽어보자 하며, 저는 대리점 영업사원이 곱게 탁송시켜놓은 코나 안에서 내부 등을 켜고 매뉴얼을 읽었습니다. 영업사원은, 아마도 자기가 퇴근할 때 까지 제가 거기서 매뉴얼을 읽고 있으리라 생각을 못했나봅니다.  대리점 문을 나서는 그의 눈과 저의 눈이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으며- 애써 그 자리를 피하려 악셀을 밟는 순간, 주인 맘을 알아차린듯 코나가 외칩니다.

"삐빅! 기어 변속 후 악셀을 밟아주세요!" 

아아, 여러분. 스카이넷은 멀리 있지 않더군요. 한낱 기계 따위가 사람을 부끄럽게 해서 죽일수 있다니.

심기일전하여 다시 목표를 센터에 넣고 스위치... D 버튼을 눌러 변속하고서, 악셀을 밟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와 이건 뭐죠?

 

잠깐 위잉 하는 우주선 소리가 나더니, 왜 지멋대로 워프하려고 하는걸까요? 몸 전체가 뒤로 확 제껴지며 하마터면 핸들에서 손을 놓칠뻔 했습니다.  분명 살짝 엑셀을 밟았을 뿐인데... 아마도 제가 밟은게 엑셀이 아니라 로켓 점화 버튼이었나봅니다 허허. 다시금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엑셀을 사알짝 밟아봅니다. 아까만큼은 아니었지만 몸이 제껴지네요.

그 순간 저 넓은 텍사스 황야에서 버팔로떼와 로데오를 펼치는 미국농부 제임스가 떠오릅니다. 

"헤이 프렌드! 로데오는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구! 하하"

 

 

그렇게 우주선 소리나는 버팔로 같은 코나를 길들이.. 아니 제가 길들여지는데 두어달 정도 걸렸던거 같네요.

처음 인수받던 날, 스포츠 모드인 상태인지도 몰라 엑셀 반응성이 최대치였던것도 드라이브 모드를 바꿔가며 달리며 익숙해졌고, 브레이크만 밟으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회생제동도 점점 익숙해져갔습니다. 직장 근처, 집 근처 충전소를 미리미리 파악해두어 일주일에 한번, 혹은 두번 정도 밥을 먹여주었습니다. 

 

코나가 밥을 먹는동안, 저는 정말 많은 질문을 먹었네요. 차값이 얼마냐, 최고속도는 얼마나 나오냐, 충전하는데 얼마나 걸리냐 등등등.... 어딜가든 셀럽 대우를 받았고, 특히나 어린아이들은 우주선 소리가 나는 전기차를 그렇게 좋아하더군요. 저 멀리서도 와 전기차다! 우주선 소리가 나요! 하며 열올릴때, 부끄러움은 저의 몫이었습니다. 

만약에 타요나 폴리 안에 승무원이나 조종사가 있었다면, 그들의 심정이 저와 같았겠지요.

 

아무래도 집밥이 아닌 바깥밥을 먹이다보니, 1kw에 173원 정도 하는 충전료도 조금은 신경쓰였습니다. 겨울이라 충전 손실도 발생하는 마당에, 충전시킬때 1시간~2시간 정도 바깥에서 무언가를 해야했기에, 더더욱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러다 겨울이 끝나기 전에, 파워큐브라는 집밥을 들이게 됩니다. 220v 콘센트와 RFID 태그를 이용해 완속충전기처럼 쓸수 있는 충전기인데, 정말 저는 이거 만든 분께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더군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이미 전기차를 운용중이신 어느 선구자께서 붙여놓은 태그가 170곳이 넘었습니다.

 

저는 체리피킹하듯 충전 포인트를 쓸 수 있었고, 퇴근하고서 아파트 기둥에 220v 콘센트에 충전기를 꼽고, 태그를 인식한 다음 충전단자를 물린 다음에 집으로 돌아가면 땡이었습니다.

물론, 시간당 2.3kw 정도의 충전량이라, 하루 80km 왕복을 하면 대략 14~16kw 정도 전기를 소모하게 되는데 

대략 7시~8시간 정도 시간이 필요했지만, 어차피 퇴근하고오면 저도 쉬고 코나도 쉬니까 그건 아무래도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배터리 관리를 위해서 천천히~ 표주박에 버들잎 띄어놓은 우물물 마시듯 충전하면 더 좋으니까요.

 

무튼 3월 한 달 기준으로, 대략 2,600km 정도 운행하며 400kw 정도 전기를 충전했고, 비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저기에 프로모션이긴 하지만, 충전료 50%가 할인되는 신한ev 카드를 사용중이라서, 실제 청구 금액은 

12205원이었습니다. 출퇴근 거리가 왕복 80km로 일정하고, 가끔 주말에 장거리를 뛰어도 1달 연료값-충전료는 3만원이 넘지 않더군요. 2,600킬로미터에 12205원. 내연기관 연비로 따졌다면 글쎄요. 계산이 잘 안됩니다.

 

10,000킬로미터를 운행하며, 물론 신차이긴 하지만, 교체한 소모품이라곤 워셔액 말곤 없었습니다.

아, 윈터타이어도 있긴 하네요. 이거 두개 말고 들어간 소모품은 없었습니다.

앞으로 5,000킬로미터를 더 달리고서 캐빈필터를 교체해줘야지만, 그러려니 합니다.

 

향후 10만킬로미터를 운행한다 생각했을때, 교체할 소모품을 생각해보니 

1. 브레이크 오일

2. 와이퍼

3. 타이어

4. 쇽업쇼버 및 하체 부싱류?

5. 브레이크 패드 및 디스크?

정도가 떠오르는데, 엔진오일이나 미션오일, 디퍼런셜 오일 등 케미컬 관리를 안해줘도 되는 점은 정말 차량 관리하기 귀찮아 하는 저에게 딱 맞는것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이슈가 있어 배터리나 모터를 교체해야 한다고 하면 좀 큰 공사이겠지만, 내연기관 차량 역시 미션이나 엔진을 교체하는것과 동일하다 생각되어, 아무래도 그렇게 큰 정비는 확률적으로 낮기에 크게 고려되지는 않더군요.

 

맨 처음 버팔로를 타는 제임스처럼, 초광속 비행을 하는 스타워즈 제다이처럼 몰던 운행도 점차 감을 잡고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에코모드와 컴포트 모드를 주로 사용하고, 간혹 달리고 싶을땐 스포츠 모드를 누르고 워프를 하기도 합니다.

배터리가 하부에 깔려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다보니 뭔가 굉장히 쫀쫀한 맛이 납니다. 쫄띠기는 아니구요.

뭔가 자동차 안에 문희상 국회의장님같은 분이 앉아있어 굉장한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요. 110킬로미터로 달려도 그냥 저냥 안정적인 느낌이네요. 코너를 돌때도 이름이 코나라서 그런가 도는 맛? 같은게 있습니다.

엑셀을 밟는 즉시 최대토크가 바로 모터로 전해지다보니, 스포츠모드에서 꾹 밟아버리면 타이어가 헛돌기도 합니다. 슬립현상이라고 하나요. 뒷차에게 굉장히 미안했습니다. 

 

스펙시트상 제로백은 7.6초인가 그런거 같은데 실제 체감은 5초 미만인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워프하는 순간 2초 정도는 삭제되버린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204마력에 40kg.m 토크는 수치상으로 잘 와닿지 않았지만, 운전석에 앉아 엑셀을 밟는 순간 아 이게 이정도 토크구나.. 싶었습니다.

 

100킬로미터 이하에서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이 어마어마해서, 시내주행이나 국도 주행간 이러한 성능에 대해 불만이 전혀 없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국도에서는 여포, 고속도로에서는 간손미급이라고. 동의하는 바입니다.

고속도로에서는 성능조절잘해로 바뀌는건지, 워프모드가 사라진건지, 그냥저냥 평범한 소형 SUV로 변신합니다.

버팔로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순하디 순한 승마장 말로 변신하여 눈 앞에 서있습니다. 저는 무어라 해야 할까요.

 

그렇지만 한번 고속도로에 올라간 순간,  HDA와 HUD, 블루링크 기반 네비게이션이라는 삼종신기를 통해 진정한 문명인으로서의 혜택을 받습니다. 운전자가 할일이 거의 절반 이상 줄어드는 느낌에, 그 할일이라는게 졸음을 깨거나 고귀하신 기계께서 '핸들을 잡아주세요' 라고 명령하면 순순히 손을 올려주는 정도 입니다. 알파고님 충성충성!

 

물론, 국도에서도 LFA+HUD+블루링크 네비게이션 조합으로 다닐 수 있는데. 매일 왔다갔다 하는 왕복 80km 출퇴근 거리 중 65km 정도가 자동차 전용도로이자, 준 고속도로로 되어있어 LFA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차도 거의 안다니는 곳이라 정말 축복받은? 상태로 고속주행하며 즐겁게 출퇴근길을 다니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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