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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리뷰

영화 기생충 후기 리뷰

by 챌린지트로피 2019.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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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는,

기생충 없이는 살수 없는,

공생의 관계

(요리, 가정일, 운전 등등)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건,

숙주 vs 기생충 이 아닌,

숙주를 서로 차지하려는 기생충끼리의 쌈

 

기생충에게 선을 넘지 말라는 숙주

하지만, 선을 넘는건 오히려 숙주

숙주도 기생충의 선을 넘으면 죽음

 

숙주의 죽음 = 기생충의 죽음

 

숙주가 죽자 다른 숙주를 찾아나선 기생충

그리고 기생충의 결코 이루어질수 없는 허황된 꿈.

 

여러분들은 뭘 느끼셨나요?

 

 

1.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선균 가족이 캠핑에 갔다가 돌아온 후 부터 물난리가 끝난 다음날까지의 장면들입니다. 초,중반까지 영화에서 중심적으로 다뤄진 송강호네 가족들의 사기 행각과 전 가정부 부부의 기생 행위는 사실, 이선균 가족들 입장에서는 피해를 인식할 수조차 없는 미미한 사건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전 가정부 남편의 경우 무려 4년 3개월이나 지하에 숨어 살았는데도, 그 존재가 기껏해야 '가정부가 밥을 좀 많이 먹고' '센서등이 좀 이상한' 정도로밖에 인지되지 못했죠.

 

반면, 그 집의 '기생충들'은 조금만 위기가 찾아와도 너무나 취약하게 이리저리 치이고 다치고 무너지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이영돈의 방송 한 편에 사채까지 끌어서 올인한 사업이 망해버리고, 그저 계곡 물이 불어서 이선균 가족들이 집에 좀 빨리 돌아온 것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 숨고, 쫓기고 하다가 결국 한 명이 죽어나갑니다. 이선균네 가족들은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와중에 말이죠... 폭우가 내리는 밤, 이선균네 아이는 밖에서 어린이용 미제 텐트를 치고 놀다가 평온하게 잠이 들고, 이선균 부부는... 네... 시계를 돌리다가 꿀잠을 자는 그 와중에, 같은 하늘 아래, 똑같이 내린 비로 송강호네 가족들은 집이 물에 잠겨 이재민이 됩니다.

 

초반부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송강호 가족들의 판짜기 과정, 그리고 마침내 완전한 기생에 성공한 송강호네 가족들이 이선균의 집에서 술판을 벌이며 '우리가 이런 엄청난 부자들을 속여넘겼다' '잘하면 곧 거의 맞먹는 관계(사돈 지간)가 될 수도 있겠다'라며 잠시나마 느꼈던 승리감... 그런 것들이 얼마나 하잘것 없는 것이었는지, 우리가 흔히 입에 담는 '양극화' '빈부격차' 이런 단어들이 실제로 얼마나 큰 의미와 무게감을 담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 준 장면들이었습니다.

 

2. 봉준호 영화는 장르가 봉준호라고들 하죠. 이번에도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코미디, 스릴러, 포르노(?), 고어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 와중에 어떠한 부자연스러움이나 산만함도 없이 하나의 시나리오를 집중력 있게 풀어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특히 시나리오가 상당히 신선했고(지하에 숨어 사는 남자가 나올 때 소름... 결국 송강호가 거기 살게 되는 결말로 가는 과정도 소름...), 모든 사건들과 전개들이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현실적이고 개연성이 있는지... 감독이 정말 천재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현실적이라 함은, 흔히들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면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하다'라고 하는, 그 정도까지의 수준을 의미하는데... 송강호 가족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빌붙게 되는지, 지하에 사는 전 가정부 남편이 어떤 연유에서 그렇게 살게 되었고, 왜 수년간 들키지 않았는지, 송강호가 결국 그 남편과 똑같이 지하에 숨어 사는 '기생충'이 된 과정 등... 정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습들이라고 생각합니다. 

 

3. 위의 1, 2로 인해 파생된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인데요. 특히 가난, 재난에 대한 아주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묘사가 있는데... 이것이 누군가에겐 지금도 겪고 있는 현실일 수 있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다들 웃는 장면에서 웃지 못할 사람들이 있겠다 싶고, 심적으로 영화를 관람하기 힘들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영화 보고 와서 모공을 잠시 훑어봤는데, 특히 송강호가 이선균을 죽이는 장면에 대해 논란이 많고, 공감의 온도차가 다양한 것을 보고... 이 영화에서 다루고자 했던 계층간의 간극이 현실에서는 이렇게 나타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장면은 너무 갑툭튀다, 송강호의 돌발 행동이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감독의 설명이 부족했다, 이선균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 그 상황에서 남의 가족 걱정할 사람이 어디 있냐? 등등... 뭐... 모공에서 주로 부동산 관련이나 자녀 양육 관련으로 논쟁이 벌어질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만... 각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다 맞는 말이지만,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 이렇게 다른데,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해당 장면을, '이선균 가족같은 계층에서는 위기다운 위기를 겪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으로 느꼈습니다. 송강호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물난리가 이선균네에게는 오히려 하룻밤 달콤한 추억에 불과했고, 고작 '아이가 밤에 귀신같은 인상의 남자를 보고 졸도했다'는 것이 그 가족들에게 가장 큰 위기이자 트라우마였죠. 송강호 가족, 그리고 전 가정부 부부는 이선균 가족들이 에상 못 한 시각에 집에 들어오는 일만 일어나도 엄청난 위기 속에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이선균네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뭐, 인지를 못하는 건 그럴 수도 있다고 치는데, 사건 당일 마침내 눈앞에서 참극이 벌어졌는데도, 이선균은 칼에 찔리고 꼬챙이에 꿰여 죽은 사람들보다는 기절한 자기 아들이 우선이었고, 그들의 비극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한 반면 그들이 풍기는 악취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역겨워했죠.

 

자기가 겪을 수 있는 '위기'에 대해서는 사소한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하찮은 것들의 선 넘는 행위,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악취 등), 정작 정말 '위기다운 위기'에 대해서는 나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니 공감하지 못하는 '그'에게 던지는 메세지였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만, 느끼기 나름이겠죠. 영화 내내 물처럼 자연스럽던 흐름에서 그 부분만 유독 튄 것은 사실이니...

 

4. 그밖에 적는 것을 깜박했지만 다양한 메세지가 많았죠. 약자가 결코 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초~중반까지). 양극화는 개인의 노력(=계획)으로 극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결국 체념하게 만든다. 등등...

 

5. 디테일은 거의 다 놓친 것 같습니다. 저는 송강호네 가족들 저녁 회식 때 술이랑 안주가 점점 업그레이드 되는 것 정도?말고는 다 놓친 것 같네요.

 

정말 좋은 영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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